덕수이씨종보 영인본 간행

대종회에서는 종회창립 50주년을 기념하..

   
     
   
 
 
문 인 시 선

양(춘당공) 순신(충무공) 경안(전언공) 경헌(판서공) 목(참평공) 침(원주공)
정(승지공) 진(용인공) 합(대간공) 석(성주공) 혜(대간공) 관하(진위공)
면하(수찬공) 의무(연헌공) 행(용재공) 신사임당 이(문성공) 우(옥산공)
안눌(동악공) 식(택당공) 단하(외재공) 여(수곡공) 집(취촌공) 형진(백애공)
기진(목공공) 석(동강공) 미(함광헌공) 우신(수산공)
 
양(춘당공)  정사고와 작별하면서
전라도 천리길
나라의 은택이 한하늘에 미치는 봄에
백성들이 몰려와 삶의 희망을 되살리려
들어가는 막빈을 다투어 우러러 보리.
순신(충무공) 한산도
한 바다에 가을빛이 저무니
추위에 놀란 기러기떼 높이 떴구나
가슴에 근심 가득 잠 못 드는데
새벽달 창에 들어 칼과 활을 비추네
무 제
비바람 부슬부슬 흩뿌리는 밤
생각만 아물아물 잠못 이루고
쓸개가 찢기는 듯 아픈 이 가슴
살을 에는 양 쓰린 이 마음
강산은 참혹한 꼴 그냥 그대로
물고기 날새들도 슬피우노나
나라는 허둥지둥 어지럽건만
바로 잡아 세울 이 아무도 없네
제갈량 중원 회복 어찌 했던고
재우치던 곽자의(郭子儀)가 그리웁구나
몇 해를 원수 막아 해 놓은 일들
이제 와 돌아보매 임만 속였네.
한산도의 노래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 차에 어디서 일성 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경안(전언공) 섣달 그믐날을 보내며
내일 아침이면 내나이 사십
세상살이 시고 짠맛 오래 격고나니
일생의 참된 경지 알 것 같네
은은한 달빛 창에 스며드니 술잔을 기울일 때라.
변방의 노래
음산에 사냥 끝나니 병사들 노래 우렁찬데
이리를 잡아 낙타에 실었네
취중의 도위 말에서 가쁜히 내려
손수 화살촉을 황하에 씻으려 하네
성천 강선루에서
무산의 푸르고 푸른강물
다락에 기대서니 새벽달 뉘엿 뉘엿
임그리는 생각에 한조각 꿈도 이루지 못하네
이 강물 이 한 다같이 유유히 흐르는 구나.
경헌(판서공) 비온후
봄빛이 조금도 기다리지 않아
정원의 꽃들이 지려 하누나
잎사이로 나는 별들 다정도 한데
간밤의 비로 떨어진 꽃이 마구 원망스러운듯.
새벽에 두견새 소리
두견새는 어디서 우나 인가 가까운 곳 이겠지
슬피 원망하듯 하소연하다 새벽달 기우는 구나
돌아가고푼 생각에 밤새 울어 많은 한이 풀린 듯 
아침에 보니 산을 온통 붉은 꽃으로 물들여 놓았네
광릉의 밤눈
혼혼한 새벽 꿈 갈가마귀 소리에 깨니
밤새 내린눈이 산골집 덮는 것도 몰랐어라
일찌감치 동자 깨워 소나무 사잇길 뚫라 하고
샘물 새로 떠다 모과차 기다리네.
목(참평공) 봉이 황을 따르네
어린 아이를 안고 노새탄 사나이
열려의 문전에 이르렀네
안으로 들어가 그리움을 하소연 하였겠다
이튿날 아침 여자의 질투하는 소리 드높구나
우연하게
바둑은 행마를 다투는 것이 부끄러워 치워버리고
술은 망령된 말이 두려워 멀리 하네
늙어 가며 할일이 없어
냇가에 앉아 노는 물고기를 바라보네.
백마강에서 놀다
초목은 삼추가 지났지만
강산은 백제때 그대로 일세
옛날의 지대는 어디냐고 물어
황량한 옛터에 저녁놀이 서글프고나.
그대에게
매화는 반쯤 지고 버들은 누런 싹 트려는데
그대는 서울에 나는 시골에 있어
이렇게 풍경이 좋은 지금 막걸리와 아름다운 시귀로
한번 만남의 자리 가져야 하지 않겠나.
젊은 규방의 말
오랑캐 쳐부순 장수 돌아오니 남편이 따라 돌아왔네
전대 속 황금과 비단 백년 살 밑천 되겠구나
이웃한 여자친구 와서 희롱하기를
오늘아침 안색이 예전과 달라 졌구나.
공방을 지키는 아내의 원한
낭군은 옛 기원 가까이 살고 있다는데
한번 헤여진 후 다시는 내방을 찾아주지 않네
뜰에 핀 꽃이 다 떨어져도 소식은 간네 없는데
항아리 가득 익은 봄술은 누굴위해 걸러야 하나.
버림받은 부인
바느질 솜씨 좋고 얼굴은 꽃 같은데
가엾어라 명운이 없어 님의 집을 나왔다네
정 때문 내좇지는 않았지만 은혜는 멀어지기만 하고
썰렁한 가을 올 때마다 머리가 점점 희여지누나
침(원주공) 기옹 옛집에 이르러 임상사 형제에게
임씨댁 아들을 불러서
기옹이 살던 정곡을  찾았다네
서쪽에서 들리는 한 곡조 피리소리
늙은이 눈물 더욱 옷자락을 적시게 하네.
신변감회
부귀란 내몫이 아니어라
나는 애초부터 모자라는 몸
오직 마음이 너그럽도록 힘써야 하기에
잘난척 풍을 칠 일도 없었네
저자가 멀어 부엌에는 고기가 떨어지고
밭은 거칠어지고 가마솥에 물고기가 생겨나네
숲속 까마귀조차 효도할 마음 잊거늘
부질없이 세월만 가니 안타깝구나.
정(승지공) 적상에서
나는 새도 넘기 어려운데
어느 산이 이산과 나란하겠는가
비바람 없어도 서늘한 바람소리 일고
비가 아니면서도 안개구름 깔리네
삼천궁은 지척에 가깝고
가파른 비탈길은 오악도 낮아 보이듯
가장 기이한 이곳 절경에 노니니
좋은 시귀일랑 자네 몫일세.
길가는 도중에
성가퀴가 둘려있는 큰 성읍
나환으로 둘려 있는 바닷가 요새
길가는 도중에 봄은 다 가고
여행의 괴로운 날 어찌 그리 많은가
곱게 돋아난 버들가지 새싹
늦게 핀 꽃은 지려하고
풍광은 곳에 따라 좋으나
다만 연경이 멀다는 것 뿐이라.
진(용인공) 배안에서
엄동의 날씨가 밤새 고르니
쑥대 창문에 한가히 기대어 만취해 노래 부른다
사공이여 얼음바다가 험하다고 말하지 마소
인간세상은 평지인데도 풍파가 일거늘.
합(대간공) 소나무를 두고
눈속에 용트림하는 늙은 모습
바람앞에서도 푸르름이 같구나
천추에 간직해 온 장부의 절개
한 겨울을 견뎌내는 너에게 내 마음 의탁한다.
봄강물
강변 꽃잎이 강물에 떨어지고
봄빛이 강물 따라 흐르네
강물이 거슬러 흘러준다면
봄빛도 오래 머물 수 있을 것을.
동원에서
속세 어느 곳에 안개와 노을을 담아두었던가
성위로는 청산이요 산아래로는 인가로다
내 깊은 병들어 삼년동안 괴로웠는데
봄비는 더욱더 경치를 새롭게 하누나
노래 같기도 웃음같기도 한 건너편 숲의 새소리
피어 떨어질듯 말듯한 섬돌가의 꽃
양춘가절이라고 오래 취하여 쓰러져 있지 말게나
눈에 띄는 인간사 날로 개탄스러우이.
석(성주공) 광주 시골에 나가 살면서
별장은 그윽한 산골에 자리잡아
십년전부터 일구고 가꾸워 온 것
풍광은 도연명의 임지 마을 같고
살기는 강남의 귤고장 같네
골짜기 물은 처마 빗물을 받아 내리며
산자락 구름은 굴뚝연기를 가라 안치누나
벼슬 버리고 시골에 살며 한가한 삶에 알맞으니
내 여생을 보내기에 족하리라.
혜(대간공) 광릉에서
종일토록 속된 일 없어라
산새들은 지절대며 우짖고
서로가 그리는데 가을이 또 저물어 가네
그대는 서울 서쪽에 있는데도.
소년행
회갑연에서 위해 토한 것이 치마를 더럽혔네
색씨가 생긋 웃고 낭군을 찾더니
낭군은 어리 미친척 하며
금비녀 뽑아들고 술집을 물었다네.
미운도둑 공양이
병아리 굽어보며 삼키고 싶은 생각에
고개 숙인채 다가가 뜰아래 웅크리고 있다가
홀연히 덮치려다 옆에 사람이 있다는걸 깨닫고
빈 부엌으로 숨어들어 고기 덩이 훔쳐 달아나네
관하(진위공) 뱃길이 막혀
봄바람이 또 사나워져
서울가는 통신이 어렵구나
청명후 절기지만
부모연세 기쁨과 두려움 가운데
가고 싶은 고향생각 장석과 같고
나라 걱정은 두자미와 같네
석양이 어리는 강변 연못에 홀로 서서
북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면하(수찬공) 매화선에 부치다
접부채에 한 떨기 매화
두서너개 꽃송이 활짝
부채질 하는 손에 청풍이 일고
은은한 향기도 풍겨 나오는 듯.
살곶이 길
나그네 마음은 조급 하기만한데
일은 고달퍼 걸음이 더디기만 하누나
나무 숲 끝머리에 푸른점 나타나
반색하며 남산 머리를 보네
강을 올라가며
강머리에 높다랗게 지은 것 뉘 집인가
아름다운 당청은 흰 모래에 어리는데
아쉽다 주인은 어디로 갔느뇨
뜰에는 시들어 떨어진 벽도화 가득.
시골집
보리밭 물결이 일고 논에는 모내기 하네
아침까지 내린 비가 쟁기질에 흡족하여라
문은 닫혀있고 해는 길어 정적이 감도는 마을
숲 건너 이어지는 농창이 나직이 들려 오누나.
칠석
오동잎 나부끼고 달력풀은 칠석을 알리네
가랑비 내리는 섬돌에 반딧불은 흐른다
베틀에 놓으려던 직녀 미움이 생긴것은
견우랑 오지 않고 딴 별이 왔기로
비온 뒤
비 개인후 강물이 줄어 들어
모래펄이 점점 드러나누나
허술한 거룻배도 있으니
옛 낚시터 찾아가자
바위 절벽에 의지하여 햇볕을 쬐는 자라
맑은 물가를 피해 떼지여 노는 물고기
대지를 불태우는 찌는 무더위에
나도 내 갓 끈을 씻으련다.
의무(연헌공) 우연히 읊다
새벽에 일어나 남쪽 창가에서 홀로 누대에 기대니
멀리서 바람이 비를 불어 서쪽을 지나네
나이는 오십이 되려 하는데 늙을줄 모르고
말 타고 교외로 나가내 쉬는 날이 없구나.
친구를 송별하며
가을바람 강가에 불고
흰구름 하늘 끝에서 나네
펴고 말면서 홀로 세상 일 잊다가
그럭저럭 그대 따라 돌아 가네
그대 돌아가면 내 누구를 의지 할가
눈물이 흘러 내 옷깃을 적시네
바람을 맞으며 다시 한번 손을 흔들고
눈이 찢어지게 바라보며 그져 슬퍼하네
잠에서 일어나 홀로 마시다
그윽한 이 자다 일어나니 북창이 차가워
막걸리 가득 따라 흥취를 길게 늘이네
그져 취함에 한가한 맛이 있으니
무엇이 나의 미친 행동을 꺾을지 모르네
행(용재공)  추석날 밤에
평생 사귀던 벗들 이젠 다 세상을 떠나고
늙은 몰골 바라보면 그림자 형체 뿐
높은 누각에 달 밝은 오늘 같은 밤이면
피리 소리도 처절하여 차마 듣지 못하겠네.
서리빛 달
해질녘 보슬비에 먼 하늘이 개어
밤이 되자 높은 바람이 짙은 안개를 걷네
새벽 종소리에 잠깨니 추위는 뼈에 스미는데
달빛 서리빛이 아름다움을 다투네.
남산에서
남산 골방에 칩거하고 있는것은
이름이 세간에 전해지는것 싫어서라네
건센 세파에 용퇴할 날 모르지만
여린 풀 고요한 꽃속에 또 일년이 지나네.
대나무를 마주하고
십년 쌓은 공이 겨우 이정원뿐이러니
누가 이 늙은 몸 깊은 속을 알리요
흰머리에 다시 친구 하나 없어
그대 마주하고 흉금을 열어야겠네.
꽃길
이름 모를 꽃 지천에 피어 있는데
산속의 오솔길은 구불구불 나 있네
봄바람아 남의 향기를 쓸어가지 말라
한가로운 사람 술 싣고 올지 모르니.
신사임당 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바라본다
늙으신 어머님 고향에 두고
외로이 서울 길로 가는 이마음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도 한데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어머님 그리워
산 첩첩 내 고향 천리연마는
자나 깨나 꿈속에도 돌아 가고파
한송정가에는 외로이 뜬 달
경포대 앞에는 한줄기 바람
갈매기는 모래톱에 헤락 모이락
고깃배들 바다 위로 오고 가리니
언제나 강릉길 다시 밟아가
색동옷 입고 앉아 바느질할꼬.
이(문성공) 화석정
숲속 정자에 가을이 깊으니
시상이 끊없이 떠오르는구나
강물은 멀리 하늘에 닿은듯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햇볕 받아 붉었네
산은 외롭게 둥근 달을 토해 내고
강은 만리 바람을 머금었는데
변방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저녁 구름 속으로 그소리 사라지네.
산중에서
약초를 캐다 문득 길을 잃었더니
봉우리마다 낙엽진 속이에
스님이 물을 길어 돌아가자
숲속에서 차 달이는 연기 일어나네.
성산에서 강릉을 향하여
객지에 봄도 거의 지났는데
역마을엔 오늘 해가 지누나
나귀 죽먹일 곳 어디쯤 있으려나
연기 오르니 저 밖에 인가가 있겟지.
부벽루
기성 동쪽 언덕 패강 어귀에
가물 가물 높은 다락 솟아 있구나
푸른산 바라보니 어찌 그리 끝없이 연달았으며
흰구름 언제봐도 한가로이 떠다닌다네
성포 입은 신선은 지금 지나가는데
기린 탄 천손은 어디에서 노나니
옥퉁소 불어 채색 노을 다스리고
고국의 연기 나부껴 절로 시름지누나.
우(옥산공) 감천에서 비를 만나 고산에 이르러
낙동강 나룻가에 휘날리는 빗발
어깨위에 흩뿌려 옷 적시니
늦은 저녘 눈이 되어 바람에 불려
고산은 온산 나무가 모두 매활래라.
안눌(동악공) 무이보
일찍이 칼을 차고 함영 관문을 나섰는데
삼십삼년만에 옥절을 가지고 돌아 왔다네
새벽에 붉은 해는 청해에 뜨고
가을이 드니 검은 구름 백두산에 걷힌다.
새재
높게 솟은 봉우리 돌로 덮힌 산마루에
험난한 길 따라 오르니 반은 허공에 매달린듯
어찌하여 왜병은 막지 못하고
부질없이 서남으로 갈라 하늘을 찌르는가.
버들과 매화가 봄을 다투다
봄 밭두둑 봄 정원 곳곳이 봄인데
새매화 새버들이 일시에 새롭구나
누가 먼저 피고 늦게 피는지 알 수 없지만
마치 공명을 다투는 세상 사람 같구나.
해운대에 올라
구름속에 치솟은 듯 아스라이 대는 높고
굽어보는 동녘마다 티없이 맑고 맑다
바다와 하늘 빛은 가없이 푸르른데
훨훨 나는 갈매기 등너머 타는 노을
식(택당공) 새로 돌아온 제비
세상만사 유유히 웃어 버리고
봄비오는 초당에 사립문을 닫았네
발 밖에 새로 돌아온 제비가 얄미운 것은
한가히 지내는 나에게 시비를 하려는듯.
청심루에서
하늘 끝에 하늘거리는 봄의 시름
어느 나무에 아직도 꽃이 남아 있는가
산은 이 성에서부터 점점 높아가고
강물도 이곳에서부터 맑게 흐른다
세상에 사는 것이 우리모두 나그네
고향을 그리워 하는 것은 사람의 인정이라
강뚝에 우뚝 서 있는 다락에서
이 경치를 누구와 함께 볼까.
매오심춘
한가지 두가지 피어나는 꽃
봄경치 계속해서 잇따라 돌아오네
그윽한 그 향기 누설하지 말지어다
밤이 깊어지면 내가 찾아오리니.
단하(외재공) 북창에서 오시에 읊다
누에 잠이 깊이 드니 제비 새끼 날고
봄다한 산속 집에 객이 비로소 돌아왔네
정오의 작은 창가에서 잠을 막 깨니
들녁 해당화 그림자 막 흔들리고 있구나.
배를 타고서
세상의 가는 길 또한 어려움이 없나니
쉰셋의 여울을 이틀만에 돌아왔네
가장 아끼는건 강이 평평하고 골짜기가 다한 곳에서
여유롭게 푸릇푸릇한 남쪽 산을 바라봄일세.
여(수곡공)  가을달
달빛은 예로부터 상쾌한데
맑은 빛은 구추(九秋)에 최고로구나
대나무 차니 대로 이슬 맺히고
인적이 끝긴 속에 홀로 누대에 오르네
이미 은하수가 바뀌였음을 느끼며
이제야 북두성을 분별하게 되었네 
고향그리는 객이라면 어디에서든
이름 바라보며 근심 겨워 하리라.
안궤에 기대어
노송은 고요하여 소리가 없고
산의 햇빛은 정오가 되려 하네
방은 고요하여 홀로 안궤에 기대니
맑은 바람이 때로 방문으로 드는구나
이미 이몸 물아(物我)를 잊었으니
어찌 세상의 고금을 따지겠는가.
집(취촌공) 봄날
봄깊은 정원에 하루가 일년같아
바람에 지는 꽃닢 난간 앞에 떨어지네
이제야 알겠거니 태평시대엔 진실로 조짐이 있음을
상공은 저녁내내 책을 베고 잠들었네,
형진(백애공) 귀담
가파른 절벽은 천길로 솟아 있고
맑은 못은 백 척이 되도록 깊어라
산정의 소나무는 학이 서 있는듯
이끼 낀 바위 아랜 거북이 웅크린듯.
강을 따라 가며
골짝을 가고가며 신선이 사는 곳 찾노라니
푸르른 물가 긴 여정 속에 해가 다하네
골 언덕의 복사꽃 옷소매에 붉게 어리니
여기가 아마도 무릉도원위 봉이 아니런가.
기진(목곡공) 목곡의 내키는대로의 노래
비가 청산을 씻으니 산은 더욱 깊고
뜬구름 흐르는 물은 언제나 무심하구나
그 가운데 천기가 움직임을 느끼나니
누워 가을 매미 소리 들으며 종일 읊조리네
석(동강공) 팥배나무
작다란 야샹 팥배나무
가시 속에서 꽃이 피네
은근한 향기 사람들은 모르나니
끌려서 가보니 바람이 인다.
흥이나서
구름가면 낙산이 푸르고
구름 오면 낙산은 희어라
저구름 유유히 가고 옴이여
낙산엔 정해진 색이 없네
미(함광헌공) 봄날의 농촌
행인은 널다리를 건너고
꽃마을 한낱에 닭이 운다
때는 곡우절 가까워
농부들 봄 농사 한창이다
한낮 초가집은 고요한데
안개 불그레하게 가시덤불에 가득
어린 계집애 조는 노인 어른대더니
배시시 웃으며 누에가 처음 나왔다 한다
이웃집에가서 대광주리 빌려다가
저 어린 뽕잎을 따 담는다
아, 이가운데 즐거움이 있으니
세상일 위와 더불아 다투리.
시냇가에서
숲 아래서 봄철을 보내노니
아름다운 꽃들 차례로 감상하네
노능 아침부터 마신 술 한병에
꽃이 핀 시냇가에서 또 취하네.
갓 시집온 촌 색시
짤다란 비녀를 찌른 열 여섯 아가씨
새로 시집와 촌 화장법 배우느라
문 나서면 일부러 남 부끄러워하는 태를 하고
복사꽃 얼굴 돌리며 치마 뒤를 걷어 올린다.
여름날 저녁 풍경
처마 밑 거미 날 저물어 둥근 실에 오르고
이슬 거듭 내여 빈 뜰에 서광이 어릴때
구리비녀 꽃은 서너명의 여인들
하얀 박꽃 아래서 홑옷을 다린다.
여인의 한
언뜻 잠이 들어 꿈속을 노니는데
마치 서방님이 보이는 듯
일어나 눈물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꿈깨자 얼굴에 남은 화장끼
우신(수산공) 가을에
아침안개 산굴을 나와 냇물 빛을 사냥하고
찬 비바람에 실려 가을 기운 거느리니
감작스레 흥이 남을 감당할 수 없어서
뜰에 내려가 붉은 배잎을 절로 줍노니,
용문사
산에 들자면 여기서부터 오르고
산을 나서자면 여기서부터 내려가네
산을 나고 든사람 몇이나 되던가
오르고 내려감이 이 첫걸음에 있네.